“유전자 가위”라는 말은 원래 DNA를 자르는 CRISPR-Cas9 같은 도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세포에서 **실제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읽히는 건 DNA가 아니라 RNA(특히 mRNA)**입니다. 그래서 최근 생명공학의 큰 흐름 중 하나는 DNA(유전체)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고, 필요할 때 RNA만 표적으로 삼아 발현을 끄거나, 서열을 바꾸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흔히 “RNA 표적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CRISPR-Cas13 계열이 있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Cas7-11 같은 시스템도 합류하고 있습니다.
RNA 표적 가위가 주목받는 이유: “가역적이고, 덜 영구적”인 조작
DNA를 편집하면 세포가 분열해도 변화가 남을 수 있어 강력합니다. 하지만 치료·안전성 관점에서는 그만큼 부담도 큽니다. 반대로 RNA 표적 기술은 대체로 다음 같은 장점을 내세웁니다.
- 가역성: RNA는 본래 생성·분해가 반복되므로, 표적 효과가 시간에 따라 사라질 수 있습니다.
- 비유전체(Non-genome) 접근: 원칙적으로 DNA 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고 발현 결과물만 조절합니다.
- 스플라이싱/아이소폼/번역 조절처럼 “DNA 편집만으로는 정교하게 다루기 어려운” 층위를 건드립니다(개념적으로).
물론 “DNA를 안 건드리니 무조건 안전”은 아닙니다. RNA를 표적하는 효소도 오프타깃, 세포 스트레스, 면역반응 같은 변수가 생길 수 있어 평가 체계가 중요합니다.
RNA 표적 유전자 가위의 대표 선수: CRISPR-Cas13
Cas13은 CRISPR 분류에서 Type VI에 속하는 효과기 단백질로, 특징을 한 줄로 요약하면 “RNA 가이드(crRNA)로 단일가닥 RNA(ssRNA)를 표적해 절단한다”입니다.
Cas13이 “RNA 가위”로 각광받은 계기 중 하나는, Cas13a(초기 문헌에서 C2c2로 불리던 계열)가 포유류 세포에서 표적 RNA knockdown과 결합(binding) 도구로 엔지니어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들입니다. 특히 촉매 기능을 꺼둔(catalytically inactive) Cas13a를 활용하면, RNA를 자르지 않고도 특정 RNA에 달라붙는 ‘표지자/리크루팅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Cas13은 어떻게 RNA를 자르는가: “가이드로 붙고, HEPN으로 자른다”
Cas13 계열은 구조·아형(Cas13a/b/c/d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큰 그림은 다음 흐름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 crRNA(가이드 RNA)가 표적 RNA와 상보적으로 결합
- 표적 결합이 일종의 스위치처럼 작동해 Cas13이 활성화
- 활성화된 Cas13이 RNase 활성을 통해 표적 RNA를 절단
이때 Cas13은 표적만 자르는 “정밀 가위”로 쓰이기도 하지만, 조건에 따라 **표적 RNA 결합 이후 비표적 RNA까지 함께 분해하는 ‘부수적 절단(collateral cleavage)’**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Cas13의 가장 독특한 성질로 꼽힙니다.
양날의 검: collateral cleavage 논쟁과 “언제 문제가 되는가”
Cas13의 collateral cleavage는 시험관(in vitro)·세균 환경에서는 뚜렷하게 관찰되고, 이 성질이 오히려 “신호 증폭”으로 작동해 진단 기술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포유류 세포에서는 한동안 “collateral이 거의 안 보인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되면서, Cas13이 RNAi보다 특이성이 좋을 수 있는 knockdown 도구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들이 쌓이면서, 특정 조건(예: 표적 RNA가 매우 풍부하거나, 전달 방식에 따라)에서는 전사체 전반이 무너지는 수준의 collateral/독성이 보고되었고, “세포에서 collateral이 언제/왜/어느 정도 나타나는가”가 중요한 쟁점이 됐습니다.
정리하면, Cas13을 RNA 가위로 쓸 때의 핵심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 “잘 잘리나?”만이 아니라
- “표적만 자르나, 주변도 같이 무너지나?”
그리고 “그 현상이 어떤 조건에서 커지나?”
RNA를 ‘자르는’ 것에서 ‘고치는’ 것으로: REPAIR와 RESCUE 같은 RNA 염기 교정
RNA 표적 가위의 진짜 재미는, Cas13을 단순 RNase로 쓰는 것을 넘어 “특정 RNA 위치로 효소를 데려다 놓는 플랫폼”으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 예가 RNA 염기 교정(RNA base editing)입니다.
REPAIR: A→I(실질적으로 A→G처럼 읽힘) 교정
Cox 등 연구는 촉매 기능을 꺼둔 Cas13(dCas13)에 ADAR2 탈아미노화 효소 도메인을 붙여, 원하는 RNA 위치의 A를 I(이노신)로 바꾸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시스템이 흔히 REPAIR로 불립니다. 또한 오프타깃을 줄인 고특이성 버전(REPAIRv2) 같은 개선도 함께 보고됐습니다.
RESCUE: C→U 교정(그리고 A→I도 일부 유지)
그 다음으로 Abudayyeh 등 연구는 ADAR2를 공학적으로 진화시켜 C→U 편집이 가능한 RNA 에디터(RESCUE)를 제시했습니다. 논문에서는 RESCUE가 표적 가능한 병적 변이 범위를 넓히는 방향임을 강조하면서, A→I 편집도 어느 정도 유지되어 “멀티플렉스”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즉, Cas13은 “자르는 가위”이면서 동시에, 편집 효소/조절 단백질을 올려 보내는 ‘가이드 레일’로 진화한 셈입니다.
RNA 표적 도구상자: knockdown, 결합 기반 조절, RNA 추적
RNA 표적 CRISPR의 응용은 크게 3층으로 나눠 이해하면 정리가 쉽습니다.
- RNA 분해(가위 모드): Cas13을 활성 상태로 써서 표적 RNA를 줄임(기능 억제)
- RNA 결합(핀셋 모드): 촉매 기능을 끈 dCas13으로 표적 RNA에 결합해,
- 다른 단백질을 리크루팅하거나(개념적으로)
- RNA의 위치/동역학을 추적하는 데 활용
- RNA 염기 교정(교정 모드): dCas13 + ADAR 계열 등으로 특정 염기를 바꿈
초기 Cas13a 연구에서도 촉매 기능을 꺼둔 Cas13a가 표적 RNA 결합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고, 살아있는 세포에서 전사체를 추적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차세대 RNA 표적 시스템: Cas7-11은 왜 등장했나
Cas13 외에도 RNA를 자르는 CRISPR 효과기는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중 주목받는 축이 Type III-E의 Cas7-11입니다.
Cas7-11은 단일 단백질 안에 여러 Cas7/ Cas11 유사 세그먼트가 융합된 형태로, 프로그래머블 RNA 절단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개됩니다. 구조·작동 메커니즘 연구들은 Cas7-11이 crRNA 처리와 표적 RNA 절단을 수행하는 방식, 그리고 공학적으로 더 작은 변형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다룹니다.
특히 Cell(2022) 논문에서는 더 컴팩트한 Cas7-11 변형(Cas7-11S)을 설계해 단일 AAV 벡터 패키징을 염두에 둔 in vivo 응용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AAV의 적재 한계 때문에 “작은 편집기/효과기”는 전달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진단 분야에서의 폭발적 성공: SHERLOCK와 Cas13 센서
Cas13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이유는 **진단(바이오센서)**입니다. Cas13의 collateral cleavage는 “단점”처럼 보이지만, 진단에서는 오히려 신호 증폭 장치가 됩니다. 표적 RNA가 존재하면 Cas13이 활성화되고, 형광 리포터 같은 짧은 RNA를 연쇄적으로 절단해 “있다/없다”를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뷰 문헌들은 SHERLOCK가 Cas13a 기반 플랫폼으로, 바이러스·세균 등 병원체 검출에 활용되어 왔다고 정리합니다. 또한 코로나19 진단을 포함해 Cas13 collateral cleavage를 이용한 다양한 고감도 검출 흐름이 소개됩니다.
치료 응용의 가능성: 항바이러스, 희귀질환, 그리고 “조절 가능한 발현 억제”
RNA 표적 가위가 치료에 매력적인 이유는 “DNA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프레임과 더불어, RNA 바이러스나 독성 RNA(반복서열 등) 같은 타깃에 이론적으로 잘 맞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bbott 등은 Cas13d를 이용해 SARS‑CoV‑2 및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IAV) 등 RNA 바이러스 서열을 표적해 분해하는 항바이러스 전략(PAC‑MAN)을 제시하며, 당시에는 실제 바이러스 접근 한계 때문에 합성 조각/대체 모델로 개념증명을 진행했다고 보고합니다.
또한 Cas13d 기반으로 여러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을 폭넓게 억제하려는 연구 흐름도 보고되어 왔습니다.
다만 치료로 가려면 “효과가 있다” 이전에 전달(delivery), 표적 특이성, collateral/독성 관리, 면역반응이 큰 산입니다. 특히 Cas13의 collateral은 조건에 따라 세포 스트레스·아폽토시스 신호까지 연결될 수 있어, 적용 시나리오에 맞춘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됩니다.
안전성과 정밀도: RNA 표적 가위를 쓸 때 꼭 봐야 하는 4가지
RNA 표적 기술은 “유전체를 안 바꾸니 끝”이 아니라, 아래 네 축을 같이 봐야 현실적인 평가가 됩니다.
1) 오프타깃 vs collateral은 다른 문제다
- 오프타깃(off-target): 가이드가 비슷한 서열에 결합해서 엉뚱한 표적이 잘리는 문제
- collateral: 표적 결합이 스위치를 켠 뒤, 주변 RNA까지 비특이적으로 절단되는 문제
논문/리뷰들은 이 둘을 구분해 측정하는 것이 어렵고, 실험 설계에 따라 결론이 엇갈릴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2) 고정밀 Cas13 변형: “collateral을 줄인 가위”도 개발된다
최근에는 engineered variant를 대규모로 스크리닝해 on-target은 유지하면서 collateral을 크게 낮춘 ‘high-fidelity Cas13 변형’을 제시하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동물 모델/체내 전달 조건에서 collateral을 최소화했다는 결과를 포함해, “치료 적용을 염두에 둔 Cas13 공학” 흐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3) 발현량/활성 시간을 제어하는 전략
Cas13d의 collateral 문제가 반복서열 질환 모델 등에서 특히 이슈가 되자, Kelley 등은 Cas13d 발현을 조절하는 negative autoregulation(자가조절) 기반 전략(GENO) 같은 접근을 통해 collateral을 줄이려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4) “꺼버리는 스위치”: anti-CRISPR(억제 단백질) 활용 가능성
흥미롭게도 Cas13a의 기능을 억제하는 anti‑CRISPR(예: AcrVIA1‑7)이 보고되어, Cas13 기반 RNA 타깃팅/편집을 외부에서 제어하거나 차단하는 안전장치로 연구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RNA 표적 가위는 어디로 진화할까
현재 흐름을 종합하면, RNA 표적 유전자 가위는 대략 다음 방향으로 진화 중입니다.
- 더 정밀한 RNA 분해: collateral 최소화, 표적 특이성 강화, 체내 적용을 위한 최적화
- RNA 염기 교정의 확장: A→I, C→U 같은 변환을 넘어 더 다양한 편집/프로그래밍을 향한 공학(단, 안전성·오프타깃 평가가 핵심) (PMC)
- 전달 친화적 플랫폼: Cas7-11S처럼 “작고 실용적인” 효과기 개발 및 전달 전략과의 결합
- 진단과 치료의 경계가 흐려짐: collateral을 “위험”이 아니라 “신호/선택적 기능”으로 활용하는 응용도 병행
FAQ
Q1. RNA 표적 유전자 가위는 DNA 편집을 완전히 대체하나요?
대체라기보다 용도가 다릅니다. Cas13 같은 RNA 표적 기술은 DNA를 바꾸지 않고 발현 결과물을 조절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고 전달·정밀도·collateral 이슈가 있어 “만능”은 아닙니다.
Q2. Cas13의 collateral cleavage는 무조건 위험한가요?
조건에 따라 달라서 “무조건”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세포 내에서는 초기엔 잘 안 보인다는 보고가 많았지만, 이후 특정 조건에서 전사체 파괴/독성이 보고되며 논쟁이 커졌고, 이를 줄이거나(고정밀 변형) 제어하는 전략도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Q3. REPAIR/RESCUE 같은 RNA 염기 교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REPAIR(A→I)와 RESCUE(C→U)는 “RNA를 자르는 것”을 넘어 RNA 서열을 단일 염기 수준으로 재코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다만 효율·오프타깃(특히 전사체 수준)·전달 등은 치료 단계에서 엄격히 다뤄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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