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편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CRISPR-Cas9 “가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치료 관점에서 진짜 어려운 문제는 DNA를 자르는 것(cut)보다, 원하는 염기 하나만 정확히 바꾸는 것(write)에 가깝습니다. 이 틈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대표 기술이 염기 교정(Base Editing)**이고, 그 중심에 시토신 염기 교정(CBE)과 데닌 염기 교정(ABE)이 있습니다. 염기 교정은 대체로 이중가닥 절단(DSB)을 만들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특정 위치의 염기를 화학적으로 바꿔 점돌연변이(단일 염기 변이)를 직접 고치는 접근입니다.
이 글에서는 “CBE는 C를 T로, ABE는 A를 G로 바꾼다” 수준을 넘어, 원리·장단점·오프타깃과 부산물·설계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염기 교정(Base Editing) 한눈에 보기: 왜 ‘자르지 않는 편집’이 중요해졌나
기존 CRISPR-Cas9 유전체 편집은 표적 DNA를 자른 뒤, 세포의 수선 과정(NHEJ/HDR)에 기대어 변이를 만들거나 교정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 의도치 않은 **삽입/결실(indel)**을 유발할 수 있고
- HDR은 조건(세포 상태 등)에 따라 효율이 제한되며
- 치료에서는 “조금이라도 예측 가능하게”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염기 교정은 기본적으로 **Cas9(또는 유사 단백질)**을 “표적 위치에 데려다 놓는 장치”로 쓰고, 그 옆에 탈아미노화(deamination) 효소를 붙여 특정 염기를 다른 염기로 바꾸는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때 많은 시스템은 Cas9을 **nickase(한 가닥만 절단)**로 바꿔, 큰 절단 대신 **미세한 닉(nick)**을 활용해 원하는 변화가 더 잘 고정되도록 설계합니다. (DSB를 피하려는 방향) (PMC)
CBE(시토신 염기 교정)의 원리: C→T로 바뀌는 과정
CBE는 “C를 T로 바꾸는 편집기”로 많이 요약되지만, 실제로는 C(시토신)를 U(유라실)로 바꾸는 반응을 이용합니다.
핵심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gRNA가 지정한 위치에 Cas9(대개 dCas9 또는 nCas9)가 결합해 표적 DNA 일부를 단일가닥처럼 노출시킵니다.
- 결합된 **시티딘 탈아미노화 효소(예: APOBEC 계열)**가 노출된 C를 U로 탈아미노화합니다.
- 세포의 복제/수선 과정을 거치며 G:U 불일치가 최종적으로 T:A로 고정될 수 있습니다.
초기 대표 설계로 자주 언급되는 BE3 계열은 여기에 더해, U가 다시 C로 되돌아가는 수선(uracil-DNA glycosylase 경로)을 막기 위해 **UGI(uracil glycosylase inhibitor)**를 붙이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U를 만들어 놓고, 그 U를 지우는 청소부를 잠깐 못 움직이게 해서 T로 굳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CBE는:
- 표적 위치에서 C•G 염기쌍을 T•A로 바꾸는(=C→T, 상보적으로는 G→A) 전이(transition) 변이를 주로 수행합니다.
ABE(아데닌 염기 교정)의 원리: A→G로 바꾸는 ‘진화된 효소’
ABE는 CBE보다 한 단계 더 “공학적”인 출발을 했습니다. 자연계에는 RNA에서 A를 바꾸는 효소(예: ADAR류)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DNA에서 아데닌(A)을 직접 탈아미노화하는 효소는 바로 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균의 **tRNA 아데노신 탈아미노화 효소(TadA)**를 기반으로, DNA에서도 작동하도록 단백질을 진화/개량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 nCas9이 표적에 결합해 DNA 일부를 단일가닥 상태로 노출
- 진화된 TadA 계열 효소가 A를 I(이노신)로 탈아미노화
- 세포는 I를 사실상 G처럼 읽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A•T → G•C 전이가 고정됩니다.
2017년 발표된 대표 연구는 ABE가 사람 세포에서 다양한 표적에 대해 A•T→G•C 변환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였고, “제품 순도(product purity)”가 높고(원치 않는 부산물이 상대적으로 적게 관찰되는) 편집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ABE는 이후 ABE8e 같은 고활성 변형으로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ABE8e는 ABE7.10 대비 탈아미노화 활성(속도)을 크게 끌어올려 더 넓은 Cas 조합/조건에서 높은 효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조건에 따라 오프타깃·부산물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는 점도 함께 논의됩니다.
둘이 바꾸는 ‘변이 유형’부터 다르다: CBE와 ABE가 다루는 유전적 문제
CBE와 ABE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 CBE: C→T (상보적으로 G→A)
- ABE: A→G (상보적으로 T→C)
즉 둘 다 전이(transition) 변이에 강합니다. 전이는 실제 인간 질병 관련 변이에서 비중이 큰 편이라, 이론적으로 염기 교정이 많은 병적 변이를 겨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뷰들에서는 염기 교정이 **알려진 병적 변이의 상당 부분(대략 50~60% 수준, 분석/데이터셋에 따라 변동)**을 잠재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다만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 “전이 변이”라고 해도 PAM 위치, 편집 윈도우 안의 주변 염기, 같은 윈도우에 여러 A/C가 있는지(바이스탠더) 등에 따라 실제 교정 가능성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군을 대상으로 “실제로 편집 가능한 병적 변이가 몇 %인가”를 따로 분석하는 연구들도 나오고, 그 결과가 유전자/질환마다 꽤 다르게 나타납니다.
편집 윈도우와 ‘바이스탠더(bystander)’ 문제: 왜 원하는 한 글자만 바꾸기 어려운가
염기 교정은 “딱 한 글자만 바꾸는 기술”로 홍보되곤 하지만, 실무(연구/응용)에서 자주 부딪히는 벽은 **편집 윈도우(editing window)**입니다.
- Cas9이 DNA를 벌려 단일가닥처럼 노출시키는 범위가 있고
- 탈아미노화 효소가 반응할 수 있는 범위가 겹치면서
- 결과적으로 gRNA가 잡은 표적 서열 안의 **특정 구간(창)**에서 변이가 잘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 “창” 안에 C(또는 A)가 여러 개 있으면, 우리가 바꾸고 싶은 ‘진짜 타깃’ 말고도 옆 글자까지 같이 바뀌는 바이스탠더 편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제 설계에서는:
- 가능한 한 타깃 염기만 창에 들어오도록 gRNA를 고르거나
- 창 폭이 좁은(또는 선호도가 다른) 편집기 변형을 쓰거나
- 예측 모델로 “어떤 위치에서 얼마나 바뀔지”를 사전에 추정하는 전략이 중요해졌습니다. (예: 대규모 데이터로 편집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 연구)
오프타깃과 부산물: “안 자르니까 안전”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염기 교정은 일반적으로 DSB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큰 구조적 이상(대형 결실/재배열 등)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축적되며 오프타깃은 더 정교하게 나뉘어 논의됩니다.
1) gRNA-의존적 오프타깃
Cas9이 엉뚱한 유사 서열에 결합하면, 그 자리에서도 탈아미노화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CRISPR 오프타깃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2) gRNA-비의존적(효소 자체의) 오프타깃
더 까다로운 문제는 탈아미노화 효소가 DNA나 RNA의 다른 부위를 ‘우연히’ 바꾸는 현상입니다. 특히 일부 CBE(예: APOBEC 기반)에서는 전사체(RNA) 수준에서 광범위한 오프타깃 편집이 보고되었고, 이를 줄이기 위한 변형(SECURE 계열 등)도 제시되었습니다.
ABE도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ABE 역시 전사체 전반의 RNA 오프타깃이 보고되며 안전성 논의가 진전됐습니다.
또한 생체/배아 모델에서의 관찰에서는 CBE가 광범위한(가이드 비의존적) 오프타깃 DNA 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온 반면, 같은 조건에서 ABE는 그 양상이 다르게 관찰되었다는 결과도 있어(모델/조건에 따라 해석 필요), “편집기 종류에 따른 리스크 프로파일”을 따로 평가하는 흐름이 자리잡았습니다.
ABE vs CBE 비교: 무엇이 더 낫나가 아니라, 무엇을 고쳐야 하나가 먼저다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기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바꿀 변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래처럼 비교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 주 변환 | C→T (G→A) | A→G (T→C) |
| 핵심 효소 | 시티딘 탈아미노화 효소(APOBEC 등) | 진화된 TadA 계열(아데노신 탈아미노화) |
| 대표 이슈 | 바이스탠더/원치 않는 C계 변환, RNA 오프타깃, 일부 모델에서 광범위 DNA 오프타깃 보고 | 바이스탠더, RNA 오프타깃 보고(특히 고활성 변형에서 관리 중요) |
| 강점 | 표적만 맞으면 C계 전이 변이를 강하게 교정 | A계 전이 변이를 고순도로 교정 가능성, 빠른 변형 발전(ABE8e 등) |
CBE의 출발점과 작동 원리는 Komor 등의 초기 염기 교정 논문에서 체계적으로 제시되었고,
ABE는 Gaudelli 등의 연구에서 “DNA에서 A를 G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계열”로 확립되었습니다.
설계 관점에서의 핵심 체크포인트 5가지
블로그 글을 ‘정보글’로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면, 실제 연구자/개발자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과장 없이 정리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표 체크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PAM 제약과 타깃 도달성
Cas9 계열은 PAM이 있어야 결합합니다. PAM이 안 맞으면 “이론적으로 고칠 수 있는 변이”도 실전에서는 못 건드립니다. - 편집 윈도우 안에 바꿀 염기가 몇 개인가
타깃 염기 외에 같은 종류(A 또는 C)가 많으면 바이스탠더가 늘 수 있습니다. - 세포/조직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동일한 편집기라도 세포 상태, DNA 접근성(크로마틴), 발현 수준에 따라 결과가 바뀝니다. 그래서 대규모 데이터로 예측 모델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 오프타깃은 ‘가이드 문제’만이 아니다
효소 자체의 비특이 반응(RNA 포함)을 줄이기 위한 공학(변형 효소, 발현 시간 제어 등)이 핵심입니다. - 전달(Delivery)과 노출 시간(Exposure time)
치료로 갈수록 “얼마나 오래 발현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편집기를 오래 노출시키면 오프타깃 가능성도 관리가 필요해집니다(일반론).
치료 응용에서 기대가 큰 이유: ‘전이 변이’가 생각보다 흔하기 때문
ABE와 CBE가 강한 전이 변이는 임상적으로도 흔합니다. 그래서 염기 교정은 “한 번의 편집으로 원인 변이를 직접 고치는” 접근으로 주목받아 왔고, 리뷰 문헌에서는 염기 교정이 알려진 병적 변이의 상당 부분을 잠재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요약합니다.
특히 혈액질환처럼 ex vivo(체외)에서 세포를 편집한 뒤 다시 주입하는 전략은, 전달/안전성 평가를 단계적으로 하기 좋기 때문에 염기 교정이 자주 논의되는 응용 분야 중 하나입니다.
다만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가능하다”뿐 아니라:
- 원하는 편집이 얼마나 ‘완벽하게(perfect editing)’ 일어나는지(바이스탠더 없이)
- 부산물(indel 등)이 어느 정도인지
- 오프타깃이 임상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인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CBE/ABE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앞으로의 방향: 더 좁은 창, 더 낮은 오프타깃, 더 예측 가능한 결과
염기 교정 기술의 진화는 대체로 세 갈래로 진행 중입니다.
- 고활성·고범용 편집기(효율 향상)
예: ABE8e처럼 효소 활성을 끌어올려 다양한 조건에서 효율을 올리는 방향. - 고정밀 편집기(오프타깃/바이스탠더 감소)
RNA 오프타깃을 줄이거나, 창 폭을 줄이거나, 편집 결과의 “순도”를 높이려는 변형들이 꾸준히 제시됩니다.
예측과 표준화(‘잘 된다/안 된다’의 이유를 설명)
대규모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편집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과 데이터셋이 등장하면서, 설계가 점점 “감”에서 “엔지니어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결론: ABE와 CBE는 ‘경쟁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법의 교정기’다
CBE와 ABE는 같은 “염기 교정”이라는 우산 아래 있지만, 실제로는 다루는 변이 유형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설계의 난점과 리스크 프로파일도 달라집니다. CBE는 C→T 교정에, ABE는 A→G 교정에 강하고, 둘 다 “전이 변이”라는 큰 시장을 겨냥하지만 바이스탠더·오프타깃·전달 같은 현실 문제를 함께 안고 갑니다.
블로그 글을 쓸 때는 “놀라운 기술”로만 소개하기보다,
- 어떤 변이에 강한지
- 왜 한 글자만 바꾸기 어려운지(윈도우/바이스탠더)
- 오프타깃이 어떤 종류로 나뉘는지(DNA vs RNA, 가이드 의존 vs 비의존)
까지 담아주면 훨씬 신뢰도 높은 글이 됩니다.
FAQ
Q1. ABE/CBE는 DNA를 정말 ‘안 자르나요’?
대부분의 염기 교정기는 **이중가닥 절단(DSB)**은 피하도록 설계되지만, 흔히 **nickase로 한 가닥 절단(닉)**을 활용합니다. 목적은 편집 결과가 더 잘 고정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Q2. “전이 변이”만 고치면 실제로 얼마나 커버되나요?
분석/데이터셋에 따라 다르지만, 리뷰에서는 염기 교정이 알려진 병적 변이의 상당 부분(대략 50~60% 수준)을 잠재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다만 PAM/윈도우 제약 때문에 실제 적용 가능 범위는 케이스별로 달라집니다.
Q3. ABE가 CBE보다 무조건 더 안전한가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CBE와 ABE 모두 오프타깃이 보고되어 왔고, 어떤 모델/조건에서는 CBE의 광범위 오프타깃이 더 두드러졌다는 보고도 있지만, ABE 역시 RNA 오프타깃 등 관리 포인트가 있습니다. 결국 편집기 변형, 전달 방식, 표적 서열, 평가 방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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