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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의 진화: “DNA를 자르지 않고 쓰는” 기술은 어떻게 치료로 다가가고 있나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은 흔히 유전체 편집의 ‘검색-치환(search-and-replace)’에 비유됩니다. 기존 CRISPR-Cas9이 DNA를 “자른 뒤” 세포의 수선 과정에 기대어 변이를 만들었다면, 프라임 편집은 원하는 염기서열 정보를 ‘직접 써 넣는’ 방향으로 발상을 바꿨습니다. 그 결과, 단순 염기 치환뿐 아니라 짧은 삽입·삭제까지 한 플랫폼에서 다루려는 시도가 빠르게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임상 단계의 데이터까지 등장하며 “연구실 기술”에서 “치료 기술”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프라임 편집이 바꾼 질문: “어떻게 자를까”에서 “어떻게 쓸까”로

유전체 편집의 어려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DNA를 자르는 것(cut)은 비교적 쉽지만, 원하는 서열로 정확히 바꾸는 것(write)은 훨씬 어렵습니다. 이 간극은 특히 치료 관점에서 크게 드러납니다.

  • 이중가닥 절단(DSB)은 세포에게는 “큰 사고”에 가깝고, 수선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삽입/결실(indel)이 생길 수 있습니다.
  • HDR(상동성 유도 복구)는 특정 세포 상태(분열 등)에 의존하고 효율이 제한적입니다.
  • 염기교정(Base Editing)은 강력하지만, 가능한 변이 유형(전이 중심)과 편집 창(window) 등 제약이 있습니다.

프라임 편집은 이 문제를 “절단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변이를 넣는 방식”으로 재정의합니다. 즉, 편집의 중심을 DNA 절단이 아니라 RNA에 담긴 ‘편집 설계도’를 역전사해 유전체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옮겼습니다.

2019: Prime Editing의 출발점—PE1/PE2/PE3와 pegRNA

프라임 편집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9년 발표된 원 논문입니다. 여기서 제시된 핵심 구성요소는 간단히 두 가지입니다.

  1. Cas9 nickase(한 가닥만 자르는 Cas9) + 역전사효소(RT) 융합 단백질
  2. 목표 서열과 원하는 변이를 함께 담는 pegRNA(prime editing guide RNA)

pegRNA는 일반 gRNA처럼 표적을 안내하는 서열(spacer)을 갖는 동시에, 3’ 말단에

  • PBS(Primer Binding Site): 잘린 DNA 말단이 붙어 역전사를 시작하도록 돕는 구간
  • RTT(Reverse Transcription Template): 실제로 “써 넣고 싶은” 변이 정보가 들어있는 구간
    을 포함합니다.

원 논문은 프라임 편집이 이중가닥 절단이나 donor DNA 없이도 다양한 형태의 편집을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했고, 사람 세포에서 175개 이상 편집 사례(삽입, 결실, 12종의 점돌연변이 유형 등)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초기 버전은 효율을 올리기 위해 여러 “세대”로 정리되곤 합니다.

  • PE2: RT를 개량한 형태(초기 대비 성능 향상)
  • PE3: 반대 가닥에 추가 nick을 주어 편집 반영을 밀어주는 방식(효율 상승 가능하지만 부산물 위험도 증가)

실무적으로는 “PE3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indel 등 부산물도 늘 수 있다”는 트레이드오프가 자주 언급됩니다.

 

2021: 세포 수선 경로를 이해하며 점프—MMR, PE4/PE5, 그리고 PEmax

프라임 편집의 초기 한계는 흔히 “잘 되긴 하는데 효율이 들쭉날쭉하다”였습니다. 2021년에는 이 변동성의 원인 중 하나로 DNA mismatch repair(MMR)가 강하게 지목됩니다. 핵심은, 세포가 프라임 편집 결과를 “불일치”로 보고 되돌리거나 부산물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등장한 전략이:

  • PE4 / PE5: MMR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단백질(예: 변형 MLH1)을 함께 발현해 의도한 편집 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식
  • PEmax: 프라임 에디터(단백질) 아키텍처 자체를 최적화하여 전반적 편집 성능을 올린 버전

해당 연구는 MMR 억제 접근이 다양한 편집 유형(치환, 작은 삽입·결실)에서 효율과 편집/indel 비율을 개선할 수 있음을 제시했고, PEmax가 다른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2021년의 진화는 “가이드 RNA만 잘 만들면 된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포가 편집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설계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2022: “RNA가 약하면 편집도 약하다”—epegRNA로 pegRNA 안정화

프라임 편집의 병목 중 하나는 pegRNA의 3’ 확장부가 세포 내에서 분해되거나 불안정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2022년(논문 온라인 공개는 2021년, 정식 출판/인용 확산은 이후)에 큰 영향을 준 흐름이 epegRNA(engineered pegRNA)입니다.

접근은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 pegRNA 3’ 말단에 구조화 RNA 모티프를 붙여 안정성을 높이고,
  • 3’ 확장부가 쉽게 잘리지 않도록 설계해,
  • 결과적으로 다양한 세포/조건에서 편집 효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것.

보고에 따르면 epegRNA는 여러 세포주 및 1차 세포에서 효율을 3~4배 수준으로 개선하면서도 오프타깃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프라임 편집은 “단백질 엔지니어링 vs RNA 엔지니어링”이 따로 놀지 않고, 둘이 같이 최적화되는 플랫폼으로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2024: 세포가 pegRNA를 지켜주게 만들다—La 단백질과 PE7

2024년에는 “세포 안에서 어떤 요인이 프라임 편집을 좌우하나?”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연구가 주목받았습니다. 대규모 스크리닝을 통해 La(라) 단백질이 프라임 편집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로 제시되었고, 이 관찰을 바탕으로 La의 RNA 결합 도메인을 프라임 에디터에 붙인 PE7이 개발됩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 pegRNA(특히 3’ 말단)가 세포 내 환경에서 충분히 보호/유지되면,
  • 역전사 기반 편집의 “성공률”이 올라간다.
  • 그래서 “세포의 단백질을 빌리거나(또는 붙이거나)”, pegRNA 안정화를 강화하면 성능이 향상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PE7이 다양한 방식(기존 pegRNA, epegRNA, 합성 pegRNA 등)에서 프라임 편집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작은 편집”을 넘어: twinPE, PASTE, PASSIGE, EXPERT로 넓어진 스펙트럼

프라임 편집의 다음 진화 축은 분명합니다. 더 큰 변화(큰 삽입·대체·결실)를 더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확장형 프라임 편집”들이 등장합니다.

 

1) twinPE: 두 개의 pegRNA로 ‘구간 치환/삭제/삽입’ 범위를 확장

twin prime editing(twinPE)은 두 개의 pegRNA를 사용해 양쪽 가닥에서 상보적인 플랩 합성을 유도하고, 특정 구간의 DNA를 프로그래머블하게 교체/절제하는 방식으로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이 접근은 DSB를 피하면서도 더 큰 서열 조작을 노립니다. 

 

2) PASTE: ‘큰 DNA를 붙여넣기’에 integrase를 결합

PASTE는 CRISPR-Cas9 nickase-RT에 더해 serine integrase를 결합해, 표적 위치에 큰 DNA 화물을 통합하려는 접근입니다. 즉, 프라임 편집의 “정밀한 위치 지정”과 integrase의 “통합 능력”을 결합합니다.

 

3) PASSIGE: PASTE의 아이디어를 ‘진화된 재조합효소’로 강화

2025년에는 PASSIGE가 연속 진화된 Bxb1 재조합효소 변형을 이용해 큰 유전자 삽입에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보고에 따르면 특정 조건에서 PASSIGE가 PASTE 대비 평균적으로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언급됩니다.

 

4) EXPERT: “기존 PE가 못 건드리는 범위”를 넓히는 설계

EXPERT는 추가 sgRNA와 확장된 pegRNA(ext-pegRNA) 설계를 통해, 기존 프라임 편집이 취약했던 편집 범위를 넓히려는 접근입니다. 논문은 pegRNA nick의 양쪽(특히 상류 방향)까지 편집 범위를 확장하고, 특정 길이의 치환/삽입을 수행하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프라임 편집의 진화는 “점(염기 1개)”에서 “선(수십 bp)”로, 그리고 “면(큰 유전자/카세트)”로 편집 단위가 커지는 방향으로 뚜렷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밀도의 진화: 오프타깃보다 더 현실적인 ‘부산물’을 줄이는 싸움

프라임 편집은 원래부터 “Cas9 nuclease 대비 오프타깃이 낮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고, 원 논문에서도 알려진 Cas9 오프타깃 부위에서 낮은 오프타깃 편집을 관찰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 더 골치 아픈 문제는 종종 **“편집이 되긴 했는데, 의도한 것 말고도 같이 들어간 흔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 RT가 RTT(템플릿)를 넘어 pegRNA scaffold 서열까지 읽어버리는 readthrough
  • 그 결과 scaffold 유래 서열이 목표 유전체에 부산물로 끼어드는 현상

2025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는 이러한 scaffold 유래 부산물을 줄이기 위해, pegRNA에 internal abasic spacer 또는 2’-O-methylation 같은 수정을 넣어 RT가 템플릿 끝에서 멈추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더 processive(더 길게 잘 쓰는) 프라임 에디터”에서 이런 부산물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다룹니다. 

즉, 프라임 편집의 정밀도 경쟁은 이제 “오프타깃 0에 가까워지기”뿐 아니라, 온타깃에서 생기는 다양한 부산물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전달(Delivery)의 진화: “거대한 편집기”를 몸속으로 옮기는 법

프라임 에디터는 구조상 크고 복합적이어서, 치료로 가려면 **전달(delivery)**이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편집기를 오래 발현시키는 것”보다 필요한 시간만 ‘잠깐’ 작동시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험합니다.

2025년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연구는 한 가지 흥미로운 방향을 보여줍니다.

  • pegRNA는 AAV로 지속 발현시키되,
  • 프라임 에디터 단백질은 핵산변형 mRNA를 LNP에 담아 일시적으로 전달하는 “듀얼 전달” 전략

이 연구는 마우스에서 PEmax/PE7 기반 편집 효율과, 페닐케톤뇨증(PKU) 모델에서의 교정 및 혈중 지표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며 mRNA–LNP 기반 프라임 편집의 치료 잠재력을 강조합니다.

이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치료에서는 보통 “더 오래/더 많이”보다

  • 안전하게,
  • 충분히,
  • 예측 가능하게
    편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임상으로의 진입: PM359와 ‘사람에서의 첫 프라임 편집’ 신호

프라임 편집이 “기술 데모”를 넘어섰다는 상징적 사건 중 하나가 PM359의 임상 데이터입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PM359는

  • ex vivo(체외)에서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HSC)를 프라임 편집해,
  • p47^phox 형태의 만성 육아종성 질환(CGD)에서 흔한 NCF1 delGT 변이를 교정하도록 설계된 후보입니다. 

2025년 5월 공개된 초기 임상 발표는, 첫 투여 환자에서 DHR 검사로 측정한 NADPH oxidase 기능이 Day 15에 58%, Day 30에 66%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내용을 포함합니다(또한 안전성/생착 관련 내용도 함께 발표). 

그리고 2025년 12월에는 해당 주제의 NEJM 논문 서지 정보가 PubMed에 등재되어, “프라임 편집 기반 HSC 치료”가 학술적으로도 정리되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물론 이것이 “프라임 편집이 곧 대중 치료로 확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건, 프라임 편집이 더 이상 가능성만 말하는 단계가 아니라, 임상에서 측정 가능한 지표로 평가받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진화 포인트 5가지: 프라임 편집은 어디로 가나

프라임 편집의 다음 2~5년을 좌우할 질문들은 대체로 아래로 모입니다.

  1. 효율의 예측 가능성
    같은 설계라도 세포 종류/표적 위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항상 잘 되는 규칙”을 얼마나 일반화할지가 관건입니다.
  2. 부산물 스펙트럼의 표준화
    indel뿐 아니라 scaffold 유래 삽입, 부분 편집, 불완전 치환 등 “온타깃 부산물”을 어떤 지표로 관리할지 규제·산업 표준이 필요해집니다. 
  3. 전달 플랫폼의 경쟁
    mRNA-LNP, AAV 조합, ex vivo 세포치료, 그리고 더 새로운 전달체들이 경쟁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간·혈액계처럼 접근이 비교적 쉬운 조직에서 성과가 먼저 쌓일 수 있습니다.
  4. ‘큰 편집’의 상용화
    twinPE/PASTE/PASSIGE 같은 흐름이 실제 질환 교정에 연결되려면, 대형 삽입·치환에서의 효율과 안전성을 임상급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5. 치료 적응증의 전략
    어떤 질환은 “편집율 5%”로도 의미가 있고, 어떤 질환은 “50% 이상”이 필요합니다. 프라임 편집이 강한 적응증을 먼저 공략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프라임 편집의 ‘진화’는 기술의 진화이자, 질문의 진화다

프라임 편집의 발전사를 따라가 보면, 단순히 “더 잘 된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 단백질을 바꾸고(PEmax, PE7)
  • RNA를 보강하고(epegRNA)
  • 세포 수선 경로를 설계에 포함시키고(PE4/PE5)
  • 큰 편집을 가능하게 확장하고(twinPE/PASTE/PASSIGE/EXPERT)
  • 부산물을 줄이는 정밀화까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능하다”가 아니라 “사람에서 어떤 지표가 나오나”로 질문이 바뀌고 있습니다.